건축탐구 집 가족끼리 왜 이래
2024년 4월 2일 건축탐구 집에서는 가족끼리 왜이래가 방송됩니다.
누나의 30년 소원을 들어준 안성맞춤 건축 주치의 남동생
충남 계룡시, 민족정기가 어린 명산으로 불리는 계룡산 자락에는 독특한 외형의 유럽식 벽돌집이 있다. 35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을 한 김관진 씨와 그의 아내 신은경 씨의 집은 절반은 붉은색 고벽돌로, 절반은 C블록으로 지은 집이다.
전면부의 거대한 유리창 위에 점토를 구워 만든 회색의 C블록을 쌓아 벌집 같은 독특한 외경을 만들어내고 ‘시스루’의 멋을 살려 햇빛과 조명을 투과해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긴 복도를 중심으로 설계된 집 내부는 남편과 아내의 공간이 나뉘어 있다. 집의 오른편에는 별명이 ‘또 자’일 정도로 잠이 많고 스포츠 중계 시청이 취미인 남편을 위한 TV방이 있고. 왼쪽에는 요리와 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주방, 이와 연결된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이렇게 부부의 특성에 최적화 된 집이 탄생한 것은 건축가 신민철 씨 덕분이다.은경 씨의 동생이자 유명 건축가인 신민철 소장은 언젠가 집을 지어달라는 누나의 요청을 30년이나 미뤄왔다.
서울에서 계룡까지 설계하러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과 ‘잘 지어줘야 본전이다’라는 마음으로 거절했는데... 누나의 간곡한 부탁과 자신이 아니면 부부를 배려한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수락하게 된 것이다.
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매형과 요리와 다도를 좋아하는 누나의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라이프 스타일이다. 은퇴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노년기의 부부를 위해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분리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소리는 들리도록 공간을 개방해 소통감은 살렸다.
또 무릎이 좋지 않은 누나를 위해 단층으로 설계하고 주방의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2층의 베란다를 원하는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주방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무릎 높이의 데크. 어렸을 적 같이 놀았던 툇마루의 추억까지 담았다. 은경 씨는 이 데크에서봄 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됐다.
분리된 공간으로 모두 만족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부부의 집.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긴 집. 누구보다 가족을 잘 알기에 지어질 수 있었던 따듯한 집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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