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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인간극장 그 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 인천 송도 어부 정덕성 할아버지

by ★#■#○#☆ 2022. 10. 25.

인간극장- 그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 4532회

방송일 : 2022년 10월 24(월) ~ 10월 28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

'인천 송도' 하면 십중팔구는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신도시입니다. 여전히 송도 앞바다를 지키는 어부가 있습니다. 올해 94세의 정덕성할아버지 70년 가까이 송도 앞바다에서 조개를 줍고, 고기를 잡아 왔습니다.

사리 때만 되면 스티로폼 쪽배와 삿대에 의지해서 바다로 나가는데 묵직한 그물을 힘차게 털어 낼 땐 청년이 따로 없습니다. 숨 쉬는 그날까지 어부로 살겠다는 정덕성 할아버지 아흔넷의 청년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바다에 94세 청년이산다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스물하나에 맨몸으로 피난 왔던 실향민 청년, 전쟁이 끝난 후, 일꾼으로 모내기하러 갔던 집에서 아내를 소개받았고 삼 남매를 낳아 오순도순 정을 쌓으며 살아 왔습니다.

바다에서도 함께 손발을 맞추던 의좋은 짝꿍이었는데, 지난해 5월 아내는 10년전에 앓았던 담도암이 재발 되어 손쓸 겨를도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친상을 치르러 온 딸 춘경(61)씨, 맥없이 앉아 계신 아버지를 지켜보다 결국 한집살이로 결심합니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바다에 94세 청년이산다

이틀 만에 아버지가 계신 송도로 온 춘경씨는 아버지가 경운기로 한시간 가량을 가던 바다를 이제는 차로 모시고 함께 물에까지 들어가 그물을 걷습니다.

환갑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바다를 온몸으로 알아가는 중인데 가만 쉬는 법이 없는 아버지는 덩달아 숨 돌릴 틈이 없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바다 일, 종종걸음을 쳐서 고기를 잡아오면 식사를 마치자마자 텃밭으로 향하는 아버지입니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 바다에 94세청년이산다

한 달에 보름, 고기를 잡는 사리 때가 끝나면, 덕성 할아버지가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내가 있는 인천의 공원묘지입니다.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아내와 살뜰히 인사를 나누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담에 가야 할 곳은 저 멀리 이북 땅이 보이는 임진각입니다. 그곳에 가 채울 길 없는 그리움을 달래봅니다.

"통일만 되면 경운기 끌고 고향으로 갈 거라고"

고향 바로 아래 있는 송도에 터를 잡았는데, 어느새 73년이 흘렀습니다.

피난을 나올 때도 배를 타고 지금의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바다에 94세 청년이 산다

바다는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이자, 아내와 함께 청준을 바친 기억의 창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눈물과 웃이 녹아있는 그바다에는 94세의 청년이 삽니다.

 

# 인천 송도 앞바다엔 94세 청년 어부가 있다

갯벌을 막아 도시를 지으면서 멀찍이 밀려난, 인천 송도의 바다. 그곳에는 아흔넷의 정덕성 할아버지가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파트 숲을 등에 지고 묵직한 그물을 거뜬하게 들어 올리는 94세의 어부 멀리서 움직임만 지켜본다면 청년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그바다엔 94세 청년이 산다

그렇게 고기를 잡아와서 집으로 향하면 반색을 하는 사람들 날이 치워지면 맛이 드는 망둥이를 사기 위해 물때에 맞춰 기다렸던 손님들이다.

 

오늘 잡은 물고기를 펼쳐놓고, 즉석에서 열리는 번개 어시장~ 그런데 주인보다 손님들의 마음이 더 급합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고기 분류를 돕고, 옆에서 비닐봉지까지 벌려 줍니다. 손님들이 이렇게 애가 타는 이유는 잡히는 망둥이 양이 적기 때문입니다.

 

정덕성 할아버지가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나 맨몸으로 피난 왔던 실향민 청년, 살림 솜씨 좋고, 마음씨 고운아가씨를 만나 송도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늘 머리맡에 간식을 챙겨주고, 남편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방의 불을 꺼주고 나서야 잠이 들던 다정한 사람. 아내는 그렇게 전쟁으로 고향을 잃었던 외로운 청년의 집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10년 전에 앓았던 담도암이 재발하면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아내입니다. 힘들게 바다 일을 하고 돌아와도 그 얼굴만 보면 고단함이 씨기는 듯했는데, 무엇으로도 허전함을 채울 길이 없어 한달에 보름 고기를 잡는 사리가 끝나면 꼭 아내에게 인사를 하러 들립니다.

 

밀물과 썰물에 맞춰야 해서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일, 아버지는 잽싸게 이리저리 다니시는데, 춘경 씨는 아직 초보티가 팍팍 납니다. 아버지를 돕겠다고 따라 들어갔지만, 바다 일이 힘들어 밤마다 앓기를 여러 번 그렇게 환갑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바다가 얼마나 고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94세 청년이 가야할 곳은 저멀리 이북 땅이 보이는 임진각,

스물하나에 떠나온 고향 마을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아버지가 깨를 털던 마당, 친구들과 물장구치던 바다까지 어느 하나도 잊지 못했습니다.

"통일만 되면 경운기 끌고 고향으로 갈 거라고"

고향 바로 아래 있는 송도에 터를 잡았는데 어느새 73년이 흘렀습니다.

 

피난을 나올 때도 배를 타고, 지금의 바다를 건너 왔는데 바다는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의 길이자 아내와 함께 청춘을 바친 기억의 창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눈물과 웃음이 녹아 있는 송도의 바다, 그 바다에는 아흔넷, 청년이 살고 있습니다.

 

이번주 인간극장에서는 송도 앞바다에 살고 있는 94세 청년 어부 정덕성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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