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철학자들 나는 도시에서 농부로 산다 이창희 철학

자연의 철학자들 나는 도시에서 농부로 산다 이창희 철학

이번주 6월2일 자연의 철학자들 59회에서는 나는 도시에서 농부로 산다편이 소개됩니다.

59회 ‘나는 도시에서 농부로 산다’ 편에서는 서울의 빌딩 숲 한가운데에서 도시농부로 살아가는 이창희 씨의 철학을 들어봅니다.

자연의철학자들-나는도시에서농부로산다-이창희

도시농부의 옥상 텃밭 “이곳은 저의 놀이터이자 쉼터입니다. 제 상상력을 행동으로 옮겨보는 실천의 공간입니다.“

도시에 사는 당신이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많은 사람은 일단 텃밭을 찾아 어딘가로 이동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 자기 집의 20여 개 계단을 올라가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도시농부 이창희(58) 씨. ‘화분 텃밭 수십 개가 무슨 농사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천 평 못지않은 농지이고 자기만의 작은 우주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쏟은 정성과 이 텃밭에 담고자 한 철학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열댓 평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 수는 무려 50여 가지. 상추, 부추, 미나리 같은 잎채소뿐 아니라 호박, 포도 등 덩굴 작물도 다양합니다.

 

저마다의 작물이 가진 본성이 신기하고 아름다워 욕심을 내다보니 해마다 작물 수가 늘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직접 씨앗을 발아시켜 키우고 있습니다. 자식 같은 작물들이니 탄생부터 함께하고 싶어서이고, 한편으로는 자리를 옮기는 데 따른 몸살을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자연의철학자들-나는도시에서농부로산다-이창희

■ 내 안으로 들어온 자연

 

“텃밭은 내가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과정. 생로병사와 계절의 변화를 여기서 경험하며 자연의 이치를 배우죠.”

 

창희 씨가 텃밭을 시작한 것은 6년 전. 금융 분야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에 지친 그는 자연에 대한 갈구가 컸습니다. 도시를 떠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고민한 끝에 역설적으로 남산이 있는 도심지역을 선택했습니다.

4층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그는 1층부터 4층까지 무거운 흙과 화분 등을 혼자 나르며 밭을 한 뼘 한 뼘 늘려왔습니다.

자연의철학자들-나는도시에서농부로산다-이창희

 

흘린 땀방울만큼, 텃밭에서 누리는 그의 행복은 큽니다.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상당 부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던 무미건조했던 나날들이 식물의 성장과 함께 매일매일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를 마비시키는 비도 식물 성장을 돕는 고마운 단비가 됐습니다. 쉼 없이 비행하며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들을 통해서는 일개미처럼 살아가는 도시 직장인인 자신의 자화상을 만나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자연의철학자들-나는도시에서농부로산다-이창희

 

■ 함께 가꾸는 행복

 

“텃밭을 가꾸면서 부부간 대화에 부드러움이 생겼어요”

텃밭은 부부 관계의 변화도 이끌었습니다. 직장 생활 내내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산이며 들로 나돌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 류경아(54) 씨. 항상 대화에 껄끄러움이 생기고, 소통이 잘되지 않아 답답했던 경아 씨는 텃밭을 함께 가꾸며 비로소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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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성장을 보며 생명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자급자족의 재미를 느끼며 남편의 자연 사랑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키우는 작물을 매개로 부부간의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웃을 거리도 부쩍 늘었다는 경아 씨. 남편과 함께 옥상 텃밭에 가는 일이 일상의 행복이 되었습니다.

 

■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자투리땅의 가치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을 내 안으로 끌어오는 것도 자연을 즐기는 한 가지 방법이에요.“

자연의철학자들-나는도시에서농부로산다-이창희

화분 몇 개로 시작한 옥상 텃밭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를 도시의 자연인으로 변모시켰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작물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게 되자, 숲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면 샛강을 찾아 맨발로 땅과 만나며 자연을 즐기는 창희 씨. 도시의 숲을 통해 그는 자연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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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물만 있으면 장소를 탓하지 않고 어디에서나 꿋꿋하게 살아남아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식물들. 그 강인함을 체험하면서 그는 더욱 도심 속 빈 옥상이나 골목길의 작디작은 자투리땅도 아까워지고 있습니다.

 

한 뼘의 작은 농사로 시작해 큰 숲을 만나고, 다시 큰 숲의 다양한 생태계를 자신의 옥상 텃밭에 담아보려 애쓰는 도시농부. 그가 자기만의 작은 우주 속에서 누리는 행복을 만나보고, 이를 통해 도심 속 자투리땅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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