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제261화 천천히, 꽃피다 – 대구광역시 달서구
2024년 03월 09일 동네 한 바퀴 제261화에서는 천천히, 꽃피다 대구광역시 달서구로 떠납니다. 대구시의 급격한 성장으로 1980년대 원도심 서·남구를 분리해 신설한 대구 달서구는 성서산단을 필두로 한 대표 산업단지이자 인구수 53만 명을 자랑하는 대구 내 대표 주거지다. 대구 지역 9개 구·군 중 가장 인구가 많아 어딜 가든 사람의 정이 묻어나는 동네이다.
조금은 천천히, 남보다 늦을지라도 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져 또 다른 이들의 시간을 보듬고 꽃피워내는 대구광역시 달서구로 <동네 한 바퀴> 261번째 여정을 떠난다.
동네한바퀴 대구 수밭골 100년 묵집 정보
▶할매묵집
주소: 대구 달서구 수밭길 32
연락처: 053-635-8994
대표메뉴: 메밀묵채, 도토리묵채, 닭도리탕, 촌두부김치
100년 가옥에서 효심 가득, 따듯한 묵채를 짓다
신시가지가 펼쳐지는 도심, 달서구에도 옛 동네가 있다. 500년 집성촌으로, 자연경관을 그대로 간직한 수밭골. 숲이 울창해 ‘숲밭’이라 부르던 말에서 유래됐다는 마을은 400년 느티나무를 당산나무로 삼았는데 특별한 건 이 멋진 노거수가 한 그루도 아닌 네 그루. 사방으로 하늘을 받친 나무줄기만큼 복 많은 수밭골은 오늘도 평화롭다.
오랜 전통만큼 훌륭한 이들이 줄지어 나왔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따라 동네를 거닐던 중 100년 넘은 가옥을 발견한다. 옛집을 식당으로 개조했지만, 토속적인 정취는 여전한 그곳은 묵집이다.
56년 전 집을 구멍가게로, 다시 묵집으로 이어내 지킨 어머니와 아들이 산다. 그 시절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다섯 자식 키우기 위해 억척스레 묵을 쑤던 어머니는 20여 년 전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져 작은 방 한 칸만 지키는데. 그러니 이 묵은 외지에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돌아온 외아들의 몫. 시내에 가족을 두고 가게 안 어머니 침실 바로 옆방에서 선잠을 자며 밤낮으로 돌보는 그 정성이야, 말로 다 못 할 정도다.
그저 받은 만큼 행하는 것뿐이라지만 흘러간 20년이 말처럼 쉬웠을까.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그 방식대로, 수밭골 100년 옛집에서 지은 묵채는 효심만큼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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