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21일 자연의 철학자들 53회에서는 오늘 맑고 향기롭게가 방송됩니다.
나의 자화상 “집은 내 자화상이에요. 내 모습 그 자체거든요.“
매월당 김시습의 소설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된 보련산 자락, 이 자연 속에 억새를 엮어 ‘매월당’이라는 집을 짓고 김시습의 차 정신을 실천하며 사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오동섭(52) 씨. 그는 새벽마다 집 청소를 하며 하루를 연다. 마당의 티끌 하나, 마루의 먼지 한 톨까지 닦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까닭은 그에게 집은 자신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자연 속에 초가집을 짓고 근심 걱정 없이 소박하게 살고 싶었던 어릴 적 꿈과 그의 차 정신, 그리고 20여 년 동안 억새를 잇고 집을 둘러싼 정교한 돌담을 직접 쌓으며 그가 바친 땀이 모두 이 억새집에 응축돼 있습니다.
집만큼이나 그의 외양도 특이합니다. 차에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들어갈까 봐 머리를 질끈 묶어 상투를 틀었고, 쏟아지는 땀을 머리띠로 둘러막다 보니, 그 모습이 마치 조선 시대의 머슴 같습니다. 그가 얼마나 성실한 일꾼으로 살아왔는지를 반증해 줍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집의 주인은 따로 있는 듯하다. 억새 지붕 곳곳에 난 구멍들은 새들의 집입니다. 자신이 좋자고 지은 집에 귀한 생명들까지 깃드니, 행복은 더욱 커집니다.
‘선낫’ 하는 즐거움
“저는 앞으로도 ‘선낫’ 할 거예요. 많이 하고 싶지 않아요.
차도 조금 만들고, 밥도 조금 짓고, 일도 조금만 할 거예요.“
오동섭 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80대 노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이 배고프다고 보챌 때 보리밥 해 먹인 시절을 당신의 봄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가난한 살림을 꾸리며 6남매를 키운 어머니는 동섭 씨에게 남다르게 애틋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차 연구가로서, 기억을 잃어가는 노모를 둔 아들로서 봄나들이에 나선 동섭 씨. 예전에는 향기로운 봄꽃을 보면, 차 만들 욕심부터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겨우 봄 한철 아름다운 꽃을 피운 뒤 사라지는 꽃이 눈물겨워 한 송이를 따기도 아깝습니다. 나물을 보면, 어머니와 함께했던 추억부터 떠올라 제 욕심을 앞세울 수 없습니다. 아들이 캐온 나물을 보며, ‘이렇게 선낫(조금) 해서 뭐할 거냐’ 놀리면서 활짝 웃는 어머니. 이맘때에만 누릴 수 있는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이 소중합니다.
차는 나의 벗, 모진 목숨 같아 우전은 꺾을 수 없어
“차(茶)를 만난다는 건 보고 싶었던 멋진 벗을 만난 느낌이에요. 만나기 전에는 만나고 싶고, 만나면 행복하고, 헤어질 때도 그 친구의 향기와 느낌이 오랫동안 남아있어요.
그래서 혹독한 겨울을 뚫고 돋아난 우전은 아무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다 해도 꺾지 않아요.”
시골에서 나고 자랄 때 그에게 자연은 ‘놀이터’이자 ‘자기만의 방’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산에서 제 몸보다 큰 나무 짐을 져 날라야 했지만 솔바람 소리만 들으면 피로가 가시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실패한 뒤, 도피하듯 찾아든 산은 다시 그를 조건 없이 품어 주었습니다. 산야초를 내주어 그가 먹고살게 해 주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야생차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신비로운 향기를 품은 차에 홀리듯 빠져든 그는 차 연구가가 되어 이곳 보현산 자락에 정착했습니다. 4월, 야생 차나무에 새순, 즉 우전이 돋아납니다. 우전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뚫고 돋아난 강한 생명력. 어떤 이들은 이 기운을 빌미로 우전을 따 차를 만든 뒤 비싼 값에 팔기도 하지만, 동섭 씨는 ‘모진 목숨’ 같아 차마 우전을 꺾을 수 없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해 온 자연이 그는 이제 고맙고 애틋하기만 합니다.
이때를 맑고 향기롭게 사는 법
“행복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와요. 작은 꽃 하나에서 오고, 작은 열매 하나에서 와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에요.”
오동섭 씨는 20여 년 동안 차를 만들어왔습니다. 한때는 명차를 만들어 이름도 얻고 돈도 벌어보겠다는 욕심도 있었고, 그만의 날카로운 차 향기로 사람들을 감탄시켜보겠다는 의욕에도 넘쳤습니다. 하지만 쉰을 넘기고 보니, 차의 향기는 자신의 재주와 기술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결국 자연이 준 향기였습니다. 또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향기는 그 무엇, 심지어 차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삶에도 때가 있어 이때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의 봄날은 더욱 특별합니다.
자연의 철학자들 꽃이 아닌 홑씨라도 좋다 안면마비 신숙희 씨 청도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 형범씨 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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