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731편 국수 로드
2023년 12월 18일 ~ 2023년 12월 22일 한국기행 731편에서는 국수 로드가 소개됩니다. 쌀쌀한 날씨의 여파인지 또 한 해를 떠나보내는 아쉬움 때문인지 한껏 움츠려든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은 이맘때, 뜨끈하고 쫄깃한 국수 여행은 어떤가요?
밀가루가 귀해 잔칫날에만 먹었던 시절부터 밥 다음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 되기까지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며 맛도 모양도 다양해진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국수입니다.
그 가닥처럼 길고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 특별한 날이면 국수를 먹었다는 조상들처럼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좋았다면 좋았던 대로 떠나가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해의 인생 여정을 잘 살아가자는 소망을 담아 국수 여행을 떠나 봅니다.
▶정토사
주소: 전남 광양시 옥곡면 명주로 194-22
연락처: 061-772-9077
5부. 정토사 국수 먹는 날
12월 22일 (금) 전남 광양에 위치한 사찰, 정토사. 하늘에 깨를 쏟은 듯 수많은 별이 빛나는 새벽에 이 작고 고요하던 사찰이 소란스럽습니다. 정토사의 주지인 법진스님이 이곳에 모인 청년들과 함께 메주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오늘 여기 온 사람들은 각자 성별도 나이도 심지어 종교도 다릅니다. 마치 종교 대통합의 현장 같은 이곳에서 이른 시간에 모여 피곤할 법도 하건만 다들 그런 기색 없이 하얀 콩 거품이 생기는 솥을 보는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콩을 잘 저어주다가 끓어넘칠 때쯤 불을 끄고 짚을 깔아 각자 손으로 콩을 빚어 만든 메주를 올려두는 작업까지 마쳤습니다. 새벽부터 고생한 청년들을 위해 스님이 준비한 특식은 팥칼국수입니다.
직접 쑨 팥에 밀가루 반죽을 한 면을 넣어 만든 팥칼국수에 예전에 담가놓았던 김치까지 곁들이니 이번엔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절 마당에 다시 모인 청년들은 스님이 애지중지하는 장독대를 구경하다 된장, 간장 통 하나씩을 품에 안고 다음을 기약하며 사찰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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