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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인간극장 학교 가는 길

by ★#■#○#☆ 2022. 11. 21.

인간극장 - 학교 가는 길

 

방송일 : 2022년 11월 21일(월) ~ 11월 25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이번주 인간극장에서는 동이 채 트지도 않은 캄캄한 꼭두새벽, 전남 영암, 생선가게에 딸린 집을 나서는 한 부부가 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호탕한 웃음소리의 서경임(74)씨와 그녀의 남편 정백안(79)씨가 바로 그 주인공.

인간극장
인간극장

결혼 55년 차인 부부는 살아온 인생마저 닮았다. 두,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학교 다닐 나이엔 일하고 먹고 살기 바빴다.

없는 살림에, 목침 하나 놓고 결혼한 부부. 농사일에 품을 팔고, 생선 파는 장돌뱅이로 삼남배를 키웠지만, 면사무소에서 이름 석 자도 쓰지 못할 땐, 그렇게 서러웠단다. 그런 부부가 지금, 학교에 다닌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학교가는길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성인들을 위한 학교를 알게 된 경임씨는 함께 다니자며 3년간 남편을 졸랐고, 마다하던 남편도 좋아하던 술도 끊고, 학교 하는 길에 동행했다. 염암에서 목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학교 가는 길 초등 3년을 마친 부부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다.

 

학교는 꼭 그리운 친정 같다. 다정한 김광복(59) 담임선생님은 부부에게 엄마 같고, 같은 반 친구들은 동생들 같다는데, 난생처음 학교에 와, 교복도 입어보고 수학여행도 가고, 서러운 인생을 녹여, 시도 쓴다.

 

일주일에 삼일은 중학생, 이틀은 생선 장수, 해남과 영암의 오일장을 오가며 장사한 지도 50년이 넘었는데, 남편이 이젠 그만두자 해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경임씨는 쉽게 놓지 못한다.

 

학교가 부부를 웃게한다. 선생님 보고웃고, 반 친구들 보고 웃고, 인생이 담긴 글을 보고 웃고, 오늘도 웃으며 손 꼭 잡고 학교에 간다.

 

여보, 학교 갑시다.

인간극장
인간극장 - 학교가는길

염암에서 목포로 가려고 캄캄한 새벽 손을 잡고 나서는 일흔아홉 정백안, 일흔넷 서경임 씨 부부는 올해로 중학교 1학년이다. 영암에서 학교가 있는 목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고 둘러둘러 가는 먼 길, 왕복 서너 시간이 걸려 학교에 간다.

 

평생 못 배운 설움을 그 누가 알까. 어느 날, 책가방을 메고 가는 지인을 보고 목포에 있는 성인들을 위한 학교를 알게 된 아내는 학교에 다니자 남편 정백안씨를 3년간 설득했다.

어린시절, 공부보다 입에 풀칠하는게 먼저였고, 결혼 후에는 삼남매를 키우는게 먼저 였던 부부는 70이 넘은 나이에, 태어나 처음으로 책가방을 멘 학생이 됐다.

운동장에 발 하나 디디면 엄마도 아내도 아닌 학생이 된다며 경임 씨는 활짝 웃는다.

인간극장
인간극장-학교가는길

 

날개옷 입고 학교갑니다.

세살 때 부모 잃고 기약 없는 이별 눈칫밥에 익숙해 살아온 삶

밤하늘에 별과 달은 그리움을 나눌 친구

 

일만알던 나의 남편 함께 나서준 배움길

날마다 벗하던 일복도 쉬는 날이 생겼네

옷장만 지키던 외출복도 바깥구경하네

 

배움의 날개옷 입고 꿈을 향해 날아가보네

이제 다시 뒤돌아보지 않으리

-서경임(74), 시'날개옷'

 

 

부부는 두, 세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머잖아 어머니도 곁을 떠났다.

남편 백안 씨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길을 찾아야 했고,

경임 씨는 출생시고도 하지 못해 '천둥이'로 불렸단다.

열여섯에 마을 이장님이 호적정리를 해주면서 '서경임'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그러나 글을 모르니, 이름 한 번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는데, 일고여덟 학교 갈 나이에 남의 집 아기를 업고 일했다는 경임 씨

제 나이에 학교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단다.

 

일주일에 이틀은 생선장수, 삼일은 학생으로

인간극장
인간극장-학교가는길

어린 나이에 보잘 것 없는 나를 만나 평생을 시장에서 얼음물에 손 담가가며 애들 공부시키랴 먹고 살기 바빠 고생만 하다...

 

그렇게 노래하던 공부 이제 마음의 짐 벗어놓고 오순도순 손잡고

학교에 다니며 재미나게 살 일만 남았는데 남은 인생

당신의 손과 발이 되리라

 

-정백안(79), 시 '희망을 안겨준 당신'

 

55년 인생길을 함께 걸어온 서경임 정백안 씨 부부

시외버스타고 돌아돌아 학교에 간다.

배움의 기쁨을 누린지도 올해로 4년 째

부부는 50년 넘도록 오일장에서 생선을 팔고 있다.

아내에겐 책을 내고 싶은꿈도 생겼는데

오늘도 멀고 먼 학교 가는길... 그런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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