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6월9일 사노라면 588회에서는 초도 77년 지기 친구에 대해 소개합니다.
# 푸른 섬 초도에는 77년 단짝 친구들이 산다
푸르른 산과 나무가 많다 하여 ‘풀섬’이라고도 불린다는 전남 여수, 초도. 그 작은 섬마을엔 무려 77년째, 단짝이라는 김복자 씨(77세)와 김길엽 씨(77세)가 살고 있습니다. 말끝마다 미소가 붙어 있는 초도의 자타공인 미소 천사, 복자 씨. 반면, 길엽 씨는 어디서든, 무슨 상황에서든 구성진 목소리를 뽑아내는 초도의 명가수입니다.
초도에서 나고 자란 깨복쟁이 두 친구.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는 말은, 두 친구의 우정을 두고 하는 표현일 터. 지금은 죽어서도 묻히고 싶은 정겨운 나의 고향이지만, 젊었을 적엔 하도 고생을 해서 지긋지긋했던 섬일 뿐이었습니다.
남편은 성미가 불같고, 밤낮없이 고된 바닷일을 해야 했다는 길엽 씨는 무려 일곱 번이나 섬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자식들 생각에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복자 씨는 결혼 3년 만에 남편이 덜컥 결핵에 걸리면서, 약값을 벌기 위해 고개 너머 행상을 다니며 홀로 살림을 꾸려야 했습니다.
어두운 밤이 되면, 서로 부둥켜안고 울며, 거친 파도 소리에 울음이 묻히기만을 바랐다는 두 친구. 77년 세월의 깊은 우정은,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 슬픔도, 기쁨도 노래로 풀어내는 두 친구
뱃일에선 손을 뗀 지 오래지만, 두 친구는 용돈 벌이 차, 여전히 바닷일을 합니다. 사리 때면, 마을에서 준비한 배를 타고, 인근의 무인도로 가사리 원정을 나가고 있습니다. 청정한 갯바위에서 쑥쑥 돋아나는 가사리는 초도의 명물. 섬 토박이인 복자 씨와 길엽 씨는, 갯바위에서 더 강합니다.
바위틈 깊숙이 숨어 있는 고동부터, 파도가 들이치는 벼랑에 붙은 돌미역까지 두 사람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붙었다는 두 사람의 별명, ‘갯바위의 원더우먼!’. 망사리 가득 채취해온 가사리는 부둣가에서 바로 씻어 해풍에 말립니다.
일하고, 또 일하는 섬마을 여자들의 운명이 이런 것입니다. 하지만, 온갖 풍파를 다 이겨낸 복자 씨와 길엽 씨 아니던가. 이깟 힘겨움은 술술술 노래로 풀면 그만입니다. <내 마음 별과 같이> <여자의 일생>한 번 목청을 열었다 하면, 끝나지 않는 두 여자의 노래. 덩실덩실 추는 춤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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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뭍으로 나간 길엽 VS 바짝 애가 타는 복자
바람도 잔잔한, 평화로운 초도의 어느 날. 길엽 씨가 꽃단장을 합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육지 사는 자식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입니다. 자식들 만날 생각에 한껏 신이 난 길엽 씨를 보고 있자니, 복자 씨는 벌써 쓸쓸해집니다. 자식들한테 용돈 받으면 반씩 나눠 갖자는 싱거운 농담도 던져보지만, 친구를 배까지 배웅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오늘은 길엽 씨 없이, 혼자 가사리 채취에 나선 복자 씨. 갯바위를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던 복자 씨는 온 데 간 데 없고, 즐겨 부르던 노래도 뚝 끊겼습니다. “보약 같은 친구가 없어서 얘기할 사람도 없어요.” 복자 씨의 말이 가을 오후의 그림자처럼 길고, 쓸쓸합니다.
친구가 없으니 하루가 일 년처럼 길게 느껴지고, 밥맛도 사라진 복자 씨. 아쉬운 대로, 육지에 나간 길엽 씨에게 전화를 걸어보는데 답이 없습니다. 잠시 떨어진 적은 있어도, 이렇게 연락이 두절된 적은 없는데 어찌 된 일일까? 초도에 남은 복자 씨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복자 씨와 길엽 씨의 77년 우정을 이번주 사노라면에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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