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철학자들 예술가 김석환 평택호 마안산 나비 집
이번주 6월9일 자연의 철학자들 60회에서는 나비처럼 나빌레라편에서는 꿈을 향하는 과정을 즐기는 나비 같은 영혼, 김석환 씨의 철학을 만나봅니다.
평택호 옆 숲에 쉴 곳을 찾아든 나비처럼 “나비는 날아가는 그 과정이 굉장히 예쁘고, 자연스럽고, 아름답거든요. 바로 나비의 날갯짓같이 그런 과정을 살고 싶어요.”
경기도 평택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마안산 아래 나비 한 마리가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자연 예술가인 김석환(66) 씨가 손수 4년에 걸쳐 지은 나비 집입니다. 40대 초반에 천식으로 사경을 헤매던 중 그는 커다란 나비가 날아오는 꿈을 꿨습니다.
한 달 여 중환자실에서 생사고비를 넘나드는 동안 그는 나비가 되어 마치 현실인 듯 생생하게 상상 속의 세상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생’이 아닌 ‘사’의 길로 접어들더라도, 나비처럼 자유롭고 경쾌하게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결과를 기다리는 삶이 아닌 순간순간의 행복과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병상에서 나와 회복하는 동안 집 앞의 평택호와 마안산은 그에게 경전이었고 스승이었습니다.
그는 평택호를 바라보며 쉬는 나비 모양의 집, ‘여선재’를 지었다. 갈라진 벽에 황토를 개어 바르고 산과 꽃과 나비를 그리는 석환 씨. 산에서 찾아온 죽은 나뭇가지로 하늘에 꿈을 닿게 할 솟대를 만들고 평택호에 떠내려온 쓸모를 다한 것들로 작품을 만들어 마안산에서 새 삶을 살게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놀이처럼 즐겁고 행복합니다.
‘여유롭고 평화롭게 쉬고 가라’는 의미처럼, 여선재는 수시로 지인들의 해방공간이자 휴식처가 되고 있다. 석환 씬 그들에게 말합니다.
“올 때는 무겁게 왔더라도 갈 때는 나비처럼 가볍게 가라!”
■ 산을 오른 서핑보드처럼
“문명은 자연을 많이 지켜주고 자연은 문명을 너그러이 쓰다듬어주는 상생과 포용 경계를 넘으면 지금 있는 문명의 자연도 자연이에요.”
마안산 숲 속에 서핑보드가 서 있습니다. 물에 있어야 할 서핑보드가 어째서 산속에 있을까? 2005년 김석환(66) 씨는 평택호에 쓰레기로 떠내려온 서핑보드들이 참회록을 전하며 평택호에서 편안히 쉬게 된다는 자연 미술전시를 한 적 있었습니다.
<해.비.뫼.달 展(전>이 그것이었는데, 물질문명과 자연이 서로 포용하고 상생해야 현실 너머 동경하는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 후 반성문을 새긴 서핑보드가 마안산에 올라 20년 넘게 성찰을 계속하고 있고, 마안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처럼, 경계를 넘는 역발상에서 이루어진 석환 씨의 또 하나의 작품입니다. 그가 사계절 놀이터라고 하는 평택호와 마안산에는 생명을 다하여 버려진 다양한 물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방치돼 있습니다.
그저 쓰레기일지라도 석환 씨에게는 영감을 주는 보물들입니다. 계획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그것들이 갖고 있는 숨은 표정을 꺼내주는 것으로 그는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 표정들이 스스로 알려줄 때까지 기다립니다. 생을 다한 자연이 빛나는 얼굴로 다시 한 생을 살도록 그는 성찰하며 마주합니다.
■ 자연이라는 거울 앞에 나를 비추고
“거울이 그저 유리로 만든 거울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새와 꽃과 물을 통해,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을 통해 나를 보죠. 나를 비추는 것이 다 내 거울이에요.”
이른 아침 김석환 씨는 정갈하게 백발을 묶고 맑은 차 한 잔으로 새날을 시작합니다. 이 계절 은사시나무 숲은 함박눈처럼, 혹은 수천 마리의 나비 떼처럼 환상적입니다. 그 숲을 거닐며 그는 고요와 평안을 누립니다.
그 순간만큼은 욕심과 망상을 내려놓고 물아일체가 된다는 석환 씨. 23년 전 도시를 떠나온 그에게 자연은 가장 즐거운 놀이터이자, 자신을 비추어주는 거울입니다. 메마른 삶 속에서 분노하고 일그러졌던 얼굴 이제는 제법 순수했던 소년의 표정이 언뜻 언뜻 보여 자신을 끌어 안아준 자연 앞에 감사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무엇을 누린 적 없었기에 오히려 자연에 귀의할 수 있었다고 생각되니 그 또한 고맙고 다행입니다. 자연이 던지는 화두를 만나러 그는 오늘도 자유로운 한 마리 나비처럼 숲에 듭니다.
■ 당신이야말로 나의 자연, 나의 나비였다
“나비도 자유로운 영혼이니까 자유로운 영혼도 나비니까 아내라는 나비의 등에 타서 원 없이 자유로운 꿈을 꾸었죠. ”
자유롭게 나비의 꿈을 꾸는 푸른 애벌레 김석환 씨. 그가 이토록 자유롭게 꿈을 꾸며 살 수 있도록 물심양면 밀어주었던 사람이 바로 아내 김여련(63) 씨입니다.
미술학원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남편이 어느 날 자연으로 들어가 예술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도 여련 씬 망설임 없이 허락했습니다. 예술가인 남편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그녀 역시 싫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떨어져 사는 7년 동안 그녀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산속에서 지병이 악화돼 생사기로에 섰던 남편을 살리기 위해, 여련 씬 도시 생활을 접고 남편과 함께 자연에 귀의했습니다.
7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 병마와 싸우고 있는 석환 씨를 살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지인들은 좋다는 약을 구해 보내주었고 그들의 마음이 닿아 석환 씬 병상을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을 깨달은 여련 씬 여선재를 찾아오는 누구라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어떤 이에게 마지막 남은 음식을 다 내주어도 곧 다른 사람이 채워주기에 그녀는 비우고 나누는 것에 거침이 없습니다.
이른 바 ‘냉장고 비우기’ 의 즐거움 이게 다 남편 석환 씨에게서 배운 비움과 긍정의 신조라고.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인 석환 씨가 계속 꿈꾸며 훨훨 날 수 있게 해주었던 여련 씨. 석환 씬 그런 아내가 진짜 나비였다고 말합니다.
해마다 장승 속에 알을 낳아 품는 박새 가족, 돌아가신 동네 어르신이 키우던 누렁이, 야구단을 만들고 싶은 병아리들, 깎고 다듬어 하늘을 향하게 세워둔 솟대들, 점점 표정을 닮아가는 토우작품들...이 모두가 인연이 닿아 나비처럼 여선재에 내려앉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는 묻습니다.
“너는 무슨 꿈을 꾸느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싶은 거냐? 마침 여기 여선재에 왔구나!”
이번주 [자연의 철학자들] 60회 ‘나비처럼 나빌레라’ 6월 9일에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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